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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3년 이주인권정책, 막연히 기대하지 마라
작성자 센터 13-01-11 14:11 2,755

2013년 이주인권정책, 막연히 기대하지 마라

 
며칠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미리 바꿨다. 그런 가운데 새해를 맞아 이주인권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막연하게 "좋아졌죠?" "좋아지고 있죠?" "좋아지겠죠?"하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러나 기대는 어느 나라건 이주정책은 보수세력이 집권하든지, 진보세력이 집권하든지 간에 내용을 살펴보면 보수적으로 집행되기 마련이다.

이주인권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착시 현상을 동반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들을 들라면 국내외에서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이주노동자 인권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재선되기 전 4년 동안에 추방시킨 이민자가 부시정권 8년보다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집행국 2008-12 강제추방 순위 오바마 정권에서 점차 형사범에 대한 강제추방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2012년의 경우 55%에 이른다.
현재 200만 명에서 최대 400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알려진 태국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하루 평균 115바트, 미화로 3.83달러를 받는다. 반면 만일 이들이 임시 여권을 갖고 등록을 하면 내년부터 일일 평균 224바트(7.5$)의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되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앉아서 두 배 가까운 임금인상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주노동자들은 그러한 조치를 불만족스러워한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체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가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가족도 앞으로는 다문화가족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제결혼을 통해 이뤄진 다문화가족이 의료·교육·통역 등 각종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은 그동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13∼2017)'에 따라 앞으로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가족도 가족상담·자녀발달지원 등에 대해 다문화가족 수준으로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오바마, 부시 정권보다 많은 이민자 추방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이민세관집행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통계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부시 정권은 8년 동안 157만 명을 추방시킨 반면, 오바마 정권은 4년 동안 이민자 159만 명을 추방시켰다. 오바마 행정부 첫해였던 2009년에는 38만 9834명을, 2010년도에는 39만 2862명을, 2011년도에는 39만 6906명을 추방한데 이어 금년에는 전년보다 1만 3000여명이 늘어난 40만 9849명이 추방되었다.

일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유색인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 되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오바마 정권이 당연히 친 이민자 정책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 조치를 작년에 취했다. 그런데 나타난 통계는 기대와는 전혀 다르다. 왜 그럴까?

오바마 정권은 이에 대해 나름대로 변명한다. 이민자 추방이 늘어난 이유는 형사범죄자 추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민세관집행국은 전체 추방자의 과반을 넘는 55%가 형사범죄자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집행국 강제추방 통계 2012년 전체 강제추방자의 55%인 225,390명이 형사범이다.
ⓒ 고기복

그렇다고 할지라도 전체 추방자의 절반 가까이 단순 이민법 위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부분만 놓고 봐도 같은 기간 동안 부시 정권의 이민자 추방 실적과 맞먹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바마 정권의 변명은 이민자는 형사범이라는 편견을 부추기는 역할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민자들의 도움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정권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 15일 발표해 8월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서류 미비 청소년 추방유예 조치로 이민자들의 71%나 되는 몰표를 얻는데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자 권리 구제에 진정한 관심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태국 이주노동자 체류 불안, 왜?

태국은 내년부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일일 224바트, 미화 7.50달러로 인상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지만, 태국 정부는 이러한 혜택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적용하지 않기 위해 이주노동자 등록 제도를 지난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태국은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등록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수차례 등록 시한을 연장하며 등록을 유도했지만, 비용과 절차 등의 문제로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고, 대략 200만에서 4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태국 전체 노동인구 3,300만 명의 10%가량이다. 70% 이상이 미얀마에서 유입되었고, 그 외는 인접국에서 유입된 소수부족과 난민 가족으로 구성된 집단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등록 조치가 시행되면서 등록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작년 3월부터 금년 말까지 약 90만 명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고, 등록신청을 하고 대기 중이던 이주노동자들만 해도 33만 명이었는데, 이들은 작년 말 등록 일정이 끝나면서 등록신청비만 날리고 추방위기에 처해 있다.

많게는 전체 이주노동자의 1/2, 적게는 1/4만이 등록 신청을 한 이유는 등록비용이 과도하게 높은 데다, 태국 정부가 등록신청 처리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 데다 관련 공무원들이 브로커들과 손이 닿아 있어 부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하고 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태국 이주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등록을 하지 못해 강제추방 위기에 직면해 있다.
ⓒ 고기복

태국 정부는 등록 신청 기한이 지나면서 강력한 이주노동자 추방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 ILO는 태국 정부가 결정한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조치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LO는 "태국정부는 추방조치에 앞서 우선 이들에 대한 기한 연장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합법적인 장치를 먼저 마련해 놓고 나서 불법적인 부작용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가족에 대한 지원 정책, 글쎄?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13∼2017)'에 따라 앞으로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가족도 가족상담·자녀발달지원 등에 대해 다문화가족 수준으로 지원받는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의 경우 가족동반이 되지 않는데, 의료·교육·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염불과 다를 바 없다.

또한 그 대상을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에 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더욱 필요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정책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개선된 정책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 못한다.

가령, 내년부터 서울시 같은 경우는 만 3∼4세 유아도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는 제외된다. 그에 대해 아무리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야기하고, 서울시 인권기본조례에 의하면 서울 '시민이라 함은 시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둔 사람, 체류하고 있는 사람, 시에 소재하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사람'을 말하고 있는데, 체류 자격에 따른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왜? 제도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에 한한다'고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이다. 즉 말은 풍성하지만, 실속은 없는 것이 오늘날 이주노동자 지원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라 할 수 있다.

2013년에 희망하는 이주인권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국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러한 아동들은 구김없이 보내야 할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이미 부모인 이주노동자가 당하는 차별과 불이익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도 교육받을 권리, 건강할 권리, 부모와 함께 살 권리 등 기본권적 권리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작년 한해 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지침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변경이 부도와 임금체불, 구타 등의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등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입국 때부터 3년 계약을 하고 입국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근무처 변경이 차단돼 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사업자가 다르고, 계약 내용과 실제 근로 조건이 다르고, 몸이 아프고 불편해도 고용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얼마 전 병역특례업체에 근무하는 대체복무요원들을 취재했던 모 방송에서 병역특례요원이라는 특성상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는 약점을 붙자고 부당한 대우를 계속하는 사업체가 있다는 고발이 있었다. 그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공분하면서 그런 제도는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밝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역특례업체에 근무하는 대체복무요원들보다 더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기 그지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해법

이명박 정부 하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은 일관되게 단속과 추방이었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가 전국 곳곳에서 있었다. 또한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외국인 범죄 증가와 강력범죄 증가에 대한 대처를 통한 준법질서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이민자 추방의 과반을 넘는 55%가 형사범죄자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민자에게 관대한 것처럼 포장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많이 닮아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속과 추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오바마는 최소한 서류미비 청소년들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라도 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재학 중인 학생까지 추방하는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절차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뻔뻔하게 떠들어댔었다.

반면 부시 정권 8년보다 많은 이민자를 추방한 오바마 정권이지만, 미등록 이주민 문제 해법에 있어서는 단속과 추방만이 아닌, 사면과 추방 유예라는 조치를 병행했다. 오바마는 1)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했고 2) 2012년 6월 15일 기준, 31세 미만이며 3) 2007년 6월 15일부터 현재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4) 2012년 6월 15일 이전에 밀입국했거나 합법체류신분이 만료됐을 경우 5)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미군에 복무했으며 6) 중범죄 기록이나 가정폭력, 불법 총기 소지 등 심각한 범죄 또는 3회 이상 경범죄 기록이 없으면 신청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이들은 연장 가능한 2년 기한의 임시노동허가서를 신청할 수 있어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곧 정권이 바뀌게 될 텐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하라면, 간단하게 '사면 합법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오바마가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 조치에서 취했던 방법만이라도 참고했으면 한다.
 
 
오마이뉴스 12.12.28 고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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