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오바마 정부의 미등록자 추방중단조치를 환영하며,
한국정부의 미등록자 합법화를 요구한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5일(금), 자국 내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30세 이하의 미등록자에 대해 강제추방을 중단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추방중단 조치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연장이 가능한 2년 기한의 임시노동허가서를 신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취업할 수 있게 되며, 약 80만 명에서 140만 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미등록자는 대략 24만여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될 30세 이하의 미등록자는 12만여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16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하여 5년 이상 거주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 조치이긴 하지만, 미등록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정책 중 하나라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
언론에서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민자들의 표를 잡기 위한 선거용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미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입국하여 미등록자가 된 학생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드림법안의 입법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화당의 반대로 드림법안 입법에 실패하였으며, 이번에는 의회의 표결이 필요 없는 행정부의 시행방침 변경을 통해 2008년 대선 당시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미등록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대선 당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등록자에 대한 합법화를 약속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미등록자 합법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격한 법집행’이라는 명분 아래 더욱 폭력적이고 위법적인 집중단속으로 일관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작년 1월 3일부터 6월말까지 미등록동포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우리 협의회는 비동포외국인을 제외하고 미등록동포만을 대상으로 한 합법화 조치는 비동포외국인에 대한 ‘인종 및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는 점을 들어 2011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4월 24일, 비동포외국인을 제외한 동포 합법화 조치가 차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장관에게 시정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첫째, 미등록 체류라는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미등록자를 동포와 비동포로 구분하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인종차별 철폐 및 평등을 추구하는 국제인권기준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으며 그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둘째로 인도적 견지에서 보아도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산재 노출, 공공의료 접근의 제한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체류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의 한계로 인해’ 비동포외국인에게 인도적 차원의 합법화정책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도적인 목적으로 시행되는 출입국 관련 사업이라면 비동포외국인의 인도적인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여 출신 국가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에 대한 보편적 입장에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과 시정 권고 주문에 귀 기울이고, 좋은 것은 적극 본받는다는 마음으로 미국정부의 합법화조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현 정부 들어 강력하게 지속되고 있는 단속추방 정책의 결과 2009년부터 지금까지 8만여 명이 출국당하였지만, 2009년 이후 전체 미등록자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17만 명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속추방정책만으로는 결코 미등록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미등록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우선 미등록동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전체 미등록자를 대상으로 합법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노예제적인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를 개선하고 거주 국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재외동포법을 모든 재외동포들에게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잘못된 법과 제도운영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등록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엄정한 법집행’ 운운하며 실효성 없는 단속추방정책만을 시행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2012년 6월 19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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