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얼마 전 필자가 구청장으로 있는 구에서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한국어 컴퓨터 교실 발표회’가 열렸다. 250여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6개월 동안 열심히 배운 한국어, 컴퓨터 솜씨를 뽐내고 태권도 등 틈틈이 익힌 취미도 선보인 자리였다.
주중에 야근 등 회사 일에 매달리고 나면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텐데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을 수상한 사람도 많았고, 가수 박상민의 팬이라며 그의 노래를 완벽한 발음으로 부르는 참여자도 있었다.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사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이주민은 약 120만명으로, 2050년에는 20명 중의 1명은 이주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고령화, 저출산 등을 완화시킬 것이라 한다. 이 보고서는 다문화가족의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인종차별적인 시선으로 이주민을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임금체불, 의료문제 등 아직도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의 4년 내 이혼율은 79%에 달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혼사유도 정신적·육체적 학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주민 자녀들은 약 40%만이 중등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등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당하고 있고, 그나마도 편견과 차별에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다문화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우리와 같은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다문화사회란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말한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이다. 그들은 우리 노래를 배우고 우리의 전통을 익히는 등 우리 문화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성동구 응봉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라는 지역 단체의 회원 중에는 하큐아이눌에스씨라는 사람이 있다. 13년 전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파키스탄 출신의 한국인이다. 그는 얼마 전에는 구에서 한양대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고위정책과정도 수료했으며 자원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제 그는 이주민이 아니라 구민으로서 지역사회의 리더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성동구는 2000년도에 전국 최초로 외국인근로자의 날을 만들고 조례도 제정했으며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같음’을 구하고 ‘차이점’은 인정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가 일곱 빛깔이 아름답게 빛나는 조화로운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일보 201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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