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새 소식
제목 밥도 안 주면서 월급에선 떼고...이주노동자니까
작성자 센터 12-10-28 10:19 2,748
업무방해죄 혐의로 1년 끈 이주노동자 파업 재판, 대법원 무죄 판결
12.10.26 10:23 | 최종 업데이트 12.10.26 10:23 | 고기복(princeko)
올해 5월 1일 노동절 행사에 참석하여 차별반대와 비동포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
ⓒ 고기복

최근 대법원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의미 있는 두 건의 판결을 내렸다. 한 건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하는 판결이었고, 다른 한 건은 베트남 출신 건설직 이주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판결이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많은 언론에서 그 의미를 다뤘지만, 이주노동자 사건은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다. 그 사건은 인천 신항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180여 명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게 해 달라'며 단체로 파업을 벌인 사건을 말한다.

내가 이 사건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과 같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두 건의 판결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검찰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고용허가제 하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이주노동자 집단 파업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2010년 7월과 2011년 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사측이 세 끼 제공하던 식사를 한 끼로 줄인 것이 원인이었다. 줄인 것도 문제지만, 사측은 형편없는 한 끼 식사를 하루 두 끼씩으로 계산, 월급에서 24만 원씩 부당하게 공제했다. 또 토요일과 일요일, 야간에도 강압적으로 근무를 시켰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파업은 '저임금이지만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해 달라'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 중의 하나로 정당한 행위였다. 그런데 이러한 단체행동에 대해 사측은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하며, 12시간의 노동 중 11시간만 인정하는 식으로 오히려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 더 나아가 파업에 동참했던 이주노동자들 중에서 열 명을 업무를 방해했다며 고소했다.

사측의 고소에 따라 경찰은 2011년 3월 21일부터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3월에는 7명, 4월에는 3명이 체포되어 모두 구속당했다. 사측의 고소에 따라 경찰과 검찰 수사가 이어진다. 그 결과, 검찰은 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징역 1년에서 3년을 구형했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며 재판을 청구했던 사건이 이번에 대법원 판결로 무혐의 종결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행동, 구속까지 한 이유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협박과 공권력을 이용한 탄압은 자본가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노동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어서 단체행동에서 이탈케 하고, 분열시키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상식적인 검찰이라면 사측의 대응이 초법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시정을 위해 접근했어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했다.

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범죄자 취급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계속 강화·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와 정치권, 검경 주류 미디어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조직범죄가 늘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난 수년간 틈날 때마다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왔다.

이러한 정부나 검경의 태도는 늘 반복되어 왔는데,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실시되었던 '외국인 밀집지역 특별단속'만 해도 그렇다. 당시 정부합동단속반은 단속 '범죄 대상'에 '불법 체류'를 명기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와 동일시해 버린다.

이어 같은 해 4월 5일부터 3개월간 외국인 범죄를 집중 단속하면서 경찰은 '외국인 조직폭력과 조직성 폭력배의 불법행위'가 중점 단속 대상이며 '외국인 범죄의 폭력화, 세력화를 적극 차단하겠다'고 발표한다. 문제는 그 발표를 전후로 베트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체포와 구속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2010년 인천 태흥건설 베트남 노동자 파업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10인의 1심 판결은 지난해 6월 23일에 있었다. 1심 판결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검찰이 제기한 '업무방해'와 관련하여 무죄판결을 받았고, 기타 파업과 무관한 사안으로 선고유예와 벌금형 등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곧바로 항소를 하였고, 2012년 4월 20일 항소심 재판부는 노동자들에 대해 무죄와 벌금형으로 그 형을 또다시 대폭 경감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여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다.

이처럼 검찰이 원심 재판보다 경감된 판결을 내린 고법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간 이유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관련 시민단체가 베트남 이주노동자 파업 사건이 검경의 실적 쌓기용 짜깁기 수사로, G20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를 통제하고 이주노동운동에 대해 제약을 가할 의도를 갖고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재판장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는 사건이었다. 결국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라는 등식을 갖고 합동단속반 실적을 채우려다보니까, 희생양이 필요했던 검경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지난 10월 11일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에 대해 관여 대법관 전원 일치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적인 파업, 노동조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강제노동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발생한 베트남 건설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덧씌워서 탄압하고자 했다.

그래서 주동자로 지목된 10인의 노동자에 대해 본때를 보이겠다는 심산으로 집요하게 재판을 끌고 나갔다. 이는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운동을 할 생각을 말라고 선포하는 격이었다. 만일 이주노동자 중 누눈가가 혹은 어떤 집단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구속되기도 하고, 추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검찰의 의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검찰의 법리 해석이나 적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결국 검찰은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파업, 이주노동자의 노동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만드는데 일조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이주노동자 권익 증진에 일조한 셈이 되었다.

1년 넘은 재판, 피해는 이주노동자만

앞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언급했었다. 강기훈 사건은 사법부가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는데 검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일방적인 필적 감정을 근거로 해서 강기훈씨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이란 중형을 선고했다. 그에 반해 베트남 출신 건설직 이주노동자 파업 사건은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엉터리였는지를 잘 알게 해 준다.

지속된 검경의 조사와 법원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출국한 이주노동자도 있고, 고용허가제가 허락하고 있는 체류기한을 넘기고 만 이주노동자도 있다. 또한 재판에 회부되거나 구속되지 않았던 이주노동자들 역시 심신이 상할 수밖에 없는 무고한 고통을 당하였다. 이들은 동료들이 추방을 당하거나 구속되고, 재판에 회부되는 모습을 보며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었다.

군사정권에 의해 억울한 누명과 감옥살이를 하고, 만기 출소했던 강기훈씨는 지금 간암과 폐수종 등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대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고 하지만,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한다. 태흥건설 파업에 동참했던 이주노동자들은 어쩌면 강기훈씨에 버금가는 고통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 판결로 인해 이들은 자신들의 파업이 정당했음을 확인했고,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투쟁했던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으며, 지지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앞으로 이러한 무고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려면, 파업에 대한 우리 사회 냉담한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에게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내국인이든, 이주노동자든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면서 '업무방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자본과 언론의 태도를 질타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특별히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는 노동문제와 병행해서 인종문제, 차별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검경의 합동단속과 실적 쌓기용 수사가 내국인이 아닌 이주노동자에게만 집중되는 부분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고발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도 인권이다. 우리사회는 태흥건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파업은 더 이상 우리를 기계로 취급하지 말라는 절박한 외침이었고 너무나 정당한 행동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같은 실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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